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면서 금리인상이 아파트값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.

한국은행은 과거 약 10년간 시중은행의 예·대출금 이자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9차례에 걸쳐 인상했다. 그러나 금리 인상 후 전국의 아파트가격은 주춤했으나 이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다. 최근 들어 금리와 아파트값은 경제학 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 같은 상관관계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. 오히려 아파트값은 금리와 같은 미시지표보다는 거시경제 지표인 국내총생산(GDP)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.

■금리인상 아파트값 영향 작아

5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2002년 5월 기준금리를 0.25%포인트 인상했던 한은은 2005년 하반기에는 두 차례에 걸쳐 0.5%포인트, 2006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0.75%포인트를 각각 올렸고 2007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0.5%포인트를 인상했다. 마지막으로 2008년 8월에 0.25%포인트 올렸다.

그러나 아파트값은 금리인상 직후에만 일시적으로 주춤했을 뿐 이내 상승세를 탔다.

한은이 금리를 0.25% 올렸던 2002년 5월 전국 아파트값은 한 달간 평균 0.5% 상승했으나 6월부터 9월까지는 0.8%, 2.6%, 3.8%, 4.9%로 매달 상승폭을 키웠다. 금리가 인상된 2002년 5월에는 아파트값 상승률(0.5%)이 전달(0.9%)에 비해 둔화됐으나 금리인상 이후 오히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. 이렇게 해서 2002년 전국의 아파트값은 연평균 30.8%나 치솟았다.

2005년과 2006년 금리 인상기에도 금리와 아파트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. 한은이 최근 약 10년 사이에 두 번째로 금리인상에 나섰던 2005년 10월 전국 아파트값은 0.2% 떨어져 금리인상의 `약발`을 받는 듯했다. 하지만 같은 해 12월 금리를 0.25%포인트 올렸으나 같은 달 아파트값은 0.5%로 상승폭이 커졌다. 이어 2006년 2월에 금리를 0.25% 올린 뒤로는 같은 해 2월부터 5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1.1%, 1.8%, 2.3%, 2.0%씩 올랐다.

이어 2006년 6월과 8월에 금리가 각각 0.25%포인트 인상되면서 당월의 전국 아파트값은 각각 0.6%, 0.3%로 상승폭이 주춤했지만 이후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12.7%나 급등했다.

■거시경제 지표에 반응 민감

그러나 2008년 들어서는 금리에 아파트값이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. 금리가 0.25%포인트 오른 2008년 8월에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0.0%로 보합국면에 접어든 뒤 9월부터 12월까지 0%, -0.3%, -0.8%, -1.6%로 급격히 위축됐다. 하지만 이는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이라기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국내경제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.

아파트값은 오히려 거시경제 지표인 실질 GDP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. 전국 아파트값이 최근 약 10년간 가장 큰 폭인 30.8%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2002년 실질 GDP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7.20%의 증가율을 기록했다. 이어 실질 GDP가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높은 5.20%를 기록했던 2006년 한은이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.75%포인트 올렸으나 전국의 아파트값은 두 번째로 높은 24.1%의 상승률을 기록했다.

/victoria@fnnews.com이경호기자